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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지도연구원

대전청소년

2021년 봄호
청소년이 힘들 때
국번없이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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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봐 주세요

본문

상담실에서
박상훈
서유진
대전청소년상담복지센터(위기개입팀)

나 좀 봐 주세요

사람은 믿어주는 만큼 자라고
아껴주는 만큼 여물고
인정받는 만큼 성장한다.
-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 中-
위 글은 올해 상반기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대사 중 일부이다. 이 대사를 듣던 순간 떠오르는 친구가 있었다.
3년 전 중학교 3학년이었던 이 친구는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만 가면 갑자기 쓰러지는 청소년이었다. 가정에서도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는커녕 부모님의 잦은 싸움으로 인한 가정환경에서 늘 엄마아빠가 혹시 이혼을 하는 건 아닐까 눈치를 보며 두 분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안절부절 하는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부모님이 이혼하실까봐 전전긍긍하던 초등학교시절을 지내고 나니, 항상 조마조마하고 불안했던 어린 시절의 억눌렀던 마음의 상처가 중학생이 되어서 쓰러지는 신체화 증상으로 나타났다.
또 다시 학교에서 쓰러졌던 어느 날, 이 친구의 부모님은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싸웠던 부모님이 쓰러진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면서 모든 관심이 이 친구에게 쏟아지게 되었다. 일상적이었던 부부싸움을 하지 않고 가정의 평화가 찾아 왔던 경험을 하게 된 그 이후에 이 친구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 쓰러지는 행동을 반복하게 되었던 것이다. 학교를 등교하는 날보다 쓰러지는 날이 더 많았고, 부모님은 이 친구에게로 올인 할 수밖에 없었다. 심리적으로 어려운 마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부모님은 딸의 병을 고치려고 이곳저곳으로 양방과 한방을 오가며 병원을 쫓아 다녔으나 뚜렷한 병명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없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음의 병이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자주 쓰러지던 이 친구를 보면 처음에는 교장 선생님, 담임선생님, 위클래스 선생님도 관심을 갖고 챙겨주었으나 너무 자주 반복해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의심을 갖게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는 모습을 포착한 한 선생님이 거짓 쓰러짐이라고 의심을 하게 되었고 학교 측에서도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다. 그 이후로 이 친구는 학교 오기 싫어 쓰러지는 친구로 낙인이 찍혀 버리게 되었다. 이제 안전하게 쓰러질 수 있는 학교라는 장소도 없어졌고, 학교도 가기 싫어졌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자신을 믿어 주고 인정해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결국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쓰러지는 일이 더 많아진 상태로 나와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상담을 시작할 때 쓰러지는 이유에 대해서만 상담의 초점을 맞추어 상담을 진행했는데 상담에 진전은 없었고 계속 쓰러지는 행동들은 반복이 되었다. 이 친구를 이해하기 위해서 부모 상담이 필요했고, 부모님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다. 부모님을 상담 한 후 드는 생각은 부부간에 신뢰와 믿음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이 친구를 더 이해할 수 있었고 이 친구 마음의 기저에 있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나를 믿어주고, 아껴주고, 인정하는 사람을 찾고 있어요! 나를 인정해주세요” 라는 내면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그냥 쓰러지는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고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했고 믿어줬다. 그리고 마음이 깨어지지 않도록 아껴주고 안아 주었더니 그 이후 자주 쓰러진 행동들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어느 날, 고등학교 진로로 고민하고 있던 이 친구가 대안 학교 문제로 상담을 해 왔다.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않고 검정고시를 보고 싶다고 했다. 처음 내리는 이 친구의 결정에 나는 지지하고 믿어주고 응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고교진학을 포기하는 것에 있어서 큰 산은 부모님의 반대였다.
부모님은 절대 고등학교를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않으면 대학을 어떻게 들어갈 수 있냐고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 하지 않으셨다. 나는 부모님에게 딸의 결정을 한번 믿어봐 달라고 이야기했고 검정고시를 봐도 대학을 들어 갈 수 있다는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정보 제공을 해드렸다. 이 친구에게도 계속적인 부모님의 설득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와 포부를 부모님께 잘 설득할 수 있도록 말하고 검정고시를 보기까지의 계획을 잘 세울 수 있도록 상담을 진행 했다. 현재 이 친구는 검정고시를 통과하여 고득점 검정고시 평균점수를 가지고 현재 6군데 대학에 접수 중이고 진로상담중이다. 이러한 시간에 있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이 친구와 같이한 많은 시간 속에서도 어제 일인 듯 잊을 수 없는 날이 있다. 이 친구가 검정고시 성적표를 보여주면서 “선생님은 제가 거짓으로 쓰러지는 것을 알면서도 여태까지 자신의 거짓말을 속아 주었다고, 다 알면서 자신을 믿어 주고 기다려줘서 정말 감사했다고, 이제는 결코 거짓으로 쓰러지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 자신이 이제부터 사람에게 관심 받기 위해 쓰러지는 행동을 안 할 거라고 결단하고 고백한 날이다. 이후로 더 이상 일부러 쓰러지지 않았으며, 원하는 대학교를 골라서 진학할 수 있는 날이 온 것이다.
사람은 믿어주는 만큼 자라고, 아껴 주는 만큼 여물고, 인정받는 만큼 성장한다는 이 말은 이 친구와 상담을 하면서 가장 나에게 와 닿았던 말이다.
삶은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저주가 되기도 하고 축복이 되기도 한다. 지금도 인생의 벼랑 끝에 서서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우리 센터에 상담을 신청하거나 청소년 전화1388로 긴급하게 요청하는 전화가 많이 온다.
오늘도 나는 청소년 전화 1388전화 한 통화에 긴급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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