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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지도연구원

대전청소년

2020년 여름호
청소년이 힘들 때
국번없이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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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원하는 걸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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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에서
양지혜
양지혜
대전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원

제가 원하는 걸 하고 싶어요

청소년은 다양한 고민을 가지고 상담실을 찾아오곤 한다. 다양한 고민 중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선생님, 저는 뭘 해야 할까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일까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혼란스러워요.’이다.
나의 첫 내담자도 그랬다. 단발머리에 안경을 쓰고 편한 추리닝 차림을 하고서 부끄러운 듯 쭈뼛쭈뼛 상담센터로 들어오던 지은이(가명)의 모습이 선하다. 상담실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지은이에게 나는 지금 공간이 많이 어색하냐며 말을 걸었다. 잠시 후 긴장이 조금이나마 풀렸는지 내가 물어보는 말에 곧잘 대답을 하였다. 주로 내가 물어보고 지은이가 대답하는 방식으로 1회기를 마무리 지었다.
일주일 후, 우리는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1회기 때 보였던 경계심은 많이 풀렸는지 내가 물어보고 지은이가 대답하는 대화의 패턴이 아니라 지은이가 먼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선생님은 상담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된 거에요?” 지은이의 물음에 대답을 하려는 찰나 지은이가 먼저 얘기를 이어나갔다. “선생님, 사실 저는 제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고요.”라며 펑펑 우는 것이 아닌가. 첫 내담자여서 나도 서툴렀고 내 앞에서 꺼이꺼이 소리를 내며 우는 내담자의 모습이 당혹스럽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단 맘껏 울 수 있도록 해줘야겠다고 생각하여 울음이 그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복받치는 감정이 누그러지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지은이가 얘기를 털어놓았다.
“선생님, 제가 너무 울어서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너무 눈물이 났어요. 평소에 제가 너무 답답했나봐요.... 사실 제가 지금 5급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저는 너무 벅차거든요. 부모님이 원하는 거라.. 5급을.. 지금 대학교도 엄마아빠가 가라고 해서 왔거든요. 제가 원하는 과는 예체능 계열이었는데 취업이 잘 안된다면서요.. 어릴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나이 먹고 지금까지도 부모님이 원하는 것을 하려고 하니 힘드네요. 분명 내 인생인데 나는 없는 느낌이랄까.. 저는 이제 착한 딸 하기 싫거든요. 돌아보니 지금 제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도 모르겠구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겠어요. 선생님 저는 이제라도 제가 원하는 것을 해보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 어떡하죠.”
지은이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과 사회가 생각하는 안정적인 삶은 무엇인지. 부모가 정해놓은 탄탄대로의 길은 어떤 것인지. 물론 그들의 말대로 시행했을 때 도움이 되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인생은 부모의 것이 아니라는 것. 아이들에게 부모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탄탄대로의 길이 아닌 돌아가는 길을 가더라도 옆에서 응원해주고 지켜봐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부디 많은 청소년이 직접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부딪혀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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