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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지도연구원

대전청소년

2020년 여름호
청소년이 힘들 때
국번없이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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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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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김해미
김해미

코로나 19와 나

평생 처음 접하는 황당한 전염병 사태로 지난 석 달 남짓, 꼼짝없이 집에서 갇혀 지냈다. 처음 며칠간은 아침에 눈 뜨기가 겁이 났다. 확진자의 수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던 어느 날, 몇 몇 나라에서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더니 마침내 전 세계의 대부분 나라에서 우리 국민의 입국을 거부했다.
사망자의 장례식에는 직계가족 만 허용되며, 입관참예에는 방범복을 입은 단 한 명만 허락된다는 보도에는 그저 어이가 없었다. 그 시기가 지나자 이번에는 이런 사태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아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화가 났다. 애초에 중국 입국을 막지 못한 우리 정부에게, 중국의 우한에 있다는 화학연구소에, WHO의 사무총장에게 마구 욕을 해대고 싶어졌다. 그런 중에 전 세계가 전염병에 감염되었다. 이제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사태가 된 것이다. 정말이지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최고의 재난이 온 것이다.
급기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설치되었다. 세상에나, 친지들을 못 만나고 사는 게 이처럼 힘이 들 줄이야. 그나마 산책은 허용되었다. 처음에는 혼자서 동네 공원과 산에 올랐다. 어느 날 산기슭 한쪽에서 때 이르게 비집고 올라온 쑥을 보았다. 수상쩍은 세상의 한 가운데 어김없이 나타난 식물이 너무나 반가웠다. 그걸 핑계로 근처에 사는 후배와 만나 함께 쑥을 캐며 그간의 회포를 풀었다. 들판에서 이미 꽃이 핀 냉이도 캤다. 내 손으로 마련한 냉이 국에 쑥전을 부쳐 먹으니, 봄의 따스한 기운이 내 몸에 스며들어 참말이지 살 것 같았다. 비로소 마음에 맺힌 응어리가 좀 풀렸다. 사는 게 이런 건데, 별게 아닌데. 내 나라, 내 땅에서 맘에 드는 친지 만나서 수다 떨고, 때로 맛난 음식 나누며 사는 것.
아아, 그런데 내 생에, 잠시나마 그것이 허락되지 않는 세상에 살 게 될 줄이야.
오늘만 해도 약속이 한 건도 없다. 아니 못 잡는다. 그날이 그날이다. 덩그라니 남은 우리 부부는 각자의 공간에 틀어박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 그는 서예작품을 하는 짬짬이 베란다를 가득 채운 자신의 난에 물을 주고, 나는 한동안 미뤄뒀던 독서를 하거나 그간 수집해놓은 소설자료를 들여다본다. TV시청은 둘이서 적당히 타협하여 조정한다. 하루 세 끼 양식은 그래도 40년 경력의 내가 맡지만, 어쩌다가 한 끼는 세면을 좋아하는 남편에게 잔치국수를 대접 받는 호사도 누린다. 내가 청소기를 돌리면 남편은 봉걸레로 바닥청소를 하고, 빨래함에 가득한 빨래는 사흘에 한 번쯤 마지막에 빨랫감을 넣은 사람이 알아서 세탁한다. 은퇴 이후에도 바깥일이 여전했던 남편과 이렇게 오랜 시간을 붙어 사는 것도 처음이다. 우리 부부는 요즘, 젊은 사람들처럼 평등한 관계에서 최대한 협동하며 지내고 있는 참이다. 코로나 덕분에 과거의 그 어느 때보다 우호적으로 살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맞닥뜨려진 비상시국에선 가족만이 우군이다.
코로나 19로 많은 사람들이 아끼는 사람과 보편적인 삶을 잃었지만, 그래도 되돌아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진중한 기회를 가지지 않았을까. 적어도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가치 있는 삶이 될 것인지, 자신에게 적합하며 재미를 느끼는 일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행복의 가치도 많이 바뀌었으리라고 본다. 얼마 전에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모처에서 만든 설문지에는 ‘행복한 인생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라고 답한 이가 많았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에 둘러 싸여 사는 인생, 그것이 진정 성공한 삶이라는 것은 이번 기회에 나도 확실히 알았다.
이제 세상은 코로나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한다. 쓸모가 없어 사라지는 직업도, 또한 새로 생기는 직업의 면모도 꽤나 궁금하다. 굳이 대면을 안 해도 되는 근무는 재택근무로, 사람의 손이 필요 없는 틈새직업엔 벌써 로봇이 등장하였다. 이번 기회에 호황을 누린 기업도, 망한 기업도 첨예하게 나뉘었다. 언택트(비대면 트랜디), 홈코노미(홈과 이코노미), 방역물품, 컴퓨터와 관련기업은 이 와중에도 선전하고 있다. 아이들의 교육제도에도 확연한 변화가 예상된다. 코로나 19가 완전히 끝나는 세상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모두가 살만해질 것 같다.
오늘 아침 우리 집의 대형 TV 화면에, 도심 가득히 양떼가 줄지어 나아가는 장면이 비쳐 쳤다. 처음엔 무슨 다큐 프로그램인 줄 알았다. 이동제한의 여파로 사람들이 거리에 나오지 않자 도심의 한가운데로 멧돼지와 사슴, 심지어 굴뚝에서 연을 날리는 원숭이가 등장한 것은 보았지만, 대규모 양떼라니, 놀라웠다. 화면을 유심히 보던 앵커는 대열의 맨 끝에 양떼를 몰고 가는 목동이 있다고 전했다. 근래 들어 가장 경이로운 영상이었다. 우리 인간들은 그동안 동물들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은 것도 부족해서 그들을 붙잡아 동물원에 가뒀다가, 이번에 먹잇감 조달이 어렵자 양육강식의 법칙대로 처리하기도 했다.
세상에 무차별적으로 매연을 뿜어대던 공장들이 대거 문을 닫고 하늘길이 막히자, 그간 황폐해 질대로 황폐해진 자연이 짧은 동안의 휴식기를 거쳐 되살아났다. 이 정도의 공백기에도 지구의 공기가 좋아졌다는 것은, 앞으로 우리가 지구정화를 위해 어떻게든 방법을 모색해 볼 조그마한 단초가 될 것이다.  
그저 앞만 보고 달리던 우리 인간들에게 던져진 절대자의 경고. 나무도 보고, 숲도 보고, 이웃도 보고, 나도 되돌아보라는 준엄한 메시지. 우리 모두 그간 자신이 살아온 궤적을 되돌아보는 귀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세계가 하나가 되어 하루 빨리 이 어렵고도 힘든 고비를 넘어서기를 고대한다

기고자 소개

김해미

1977년 한남대학교 미술교육과 졸업.

1993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좋은 그림 찾기’ 당선.

2016년 ‘좋은 그림 찾기’ 출간 (문학공감)

대전일보문학상 수상.

대일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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