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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지도연구원

대전청소년

2021년 봄호
청소년이 힘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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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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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글밭
류인석
류인석

변화의 의미

저놈이 언제 크려나? 아득하게만 생각했던 손녀 시진이가 벌써 대학생이 되었다. 탄생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어느덧 시진이를 대학생으로, 또 성인으로, 청년으로 거듭 변화시켰다. 세월이 변화를 동반하는가, 변화가 세월을 동반하는가.
교복을 입던 초, 중, 고등학교 때만해도 어린이로, 철없는 청소년으로 귀엽게만 여겼다. 그런 손녀가 어느덧 청년 대학생이 되었다. 드디어 스스로의 책임과 의무를 짊어지는 인격체로서, 또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기성세대 반열에 성큼 들어섰다. 지금껏 아무 성장통 없이 성인이 돼 준 것이 대견하고 장하다.
청소년기에서 청춘기로 변화하는 시점은 일생 중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다. 누가 감히 간섭할 수 없을 만큼 포부도 커지고, 이상도 높아지는 화려한 시기다. “할아버지, 저 대학에 합격했어요” 시진이로부터 전화를 받는 순간 ‘우리 시진이 장하다’는 말보다 ‘변화’라는 화두가 선뜻 앞선다.
지망한 전공과목이 화학과란다. “여자의 장래로서는 화학보다는 사범계열 선택이 합리적이지 않느냐”고 넌지시 묻자 “할아버지 저는 젊으니까 우선 제 꿈대로 도전해보겠다.”고 한다. 대답부터가 어린티를 훌쩍 뛰어넘어 어른스럽다. “그래, 네 생각대로 해라” 자기 포부대로 이상을 펼쳐가겠다니 누가 막으랴.
대학생이 됐다는 것은 제도권 교육의 마지막 단계다. 인생의 지향점을 향해 또 한 계단 성큼 올라섰으니 대견스러운 변화다. 인생이라는 전체 과정 중에서 가장 화려한 시기가 청춘기다. 청춘기는 더 이상 강조가 필요 없는 일생 중 최고의 가치이고 최고의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인생의 변화는 그냥 오지 않는다. 아름다운 변화는 더욱 그렇다. 반드시 시련과 고통이 동반한다. 물론 시진이도 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천방지축 자유스럽게 뛰놀아야 할 청소년기에 ‘수학능력시험’이라는 시련을 겪어냈다. 아침이면 학교로, 저녁이면 사설학원으로 달음질치는 3년간의 고달픔 끝에 대학문턱을 넘었다.
치열한 경쟁의 공포감에 눌려 어린가슴 얼마나 콩닥댔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솟구치는 좌절감에 주저앉고 싶은 갈등은 또 얼마이었으랴. 때로는 무겁게 밀려드는 졸음을 참기 위해 볼펜 끝으로 제 살을 찔러대며 고진감래(苦盡甘來) 형설지공(螢雪之功)의 고사를 얼마나 뇌까렸을까. 중대한 인생변화의 고비를 잘 넘겨준 시진이가 장하고 고맙다.
도망치려 해도 도망칠 수 없고,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무거운 짐을 지고 험하고 고달픈 장애물 경주를 잘 극복했다. 그게 바로 인생이 살아가야할 변화의 길이고, 도전의 길이다. 그 과정을 견뎌내지 못한 채 좌절하고 탈락하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 낳고 길러준 아빠엄마의 간절한 기도도 아랑곳없이 뒷걸음치는 또래들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방학도 공휴일도 없이 학원으로 달려가는 등 뒤에서 제 엄마아빠의 노심초사 또한 시진이가 겪는 고통 못지않았을 것이다. 공부하는 마음 거스르지 않으려고 해야 할 말도 속으로 담고, 가야할 곳도 발길 멈칫대며 시진이만을 지켜보아야 했다, 시진아! 네가 이룩한 대학합격은 누구보다도 네 엄마아빠의 가슴에 안겨주는 보람이고 효도다.
시진아! 인생은 변화란다. 물론 네 인생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삶은 누구나 가보지 못한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는 것, 바로 그게 내일을 살아야하는 인생의 변화란다. 그래서 변화의 길은 인생의 길이고, 고통의 길이란다. 대학에 가서도 숱한 장애물을 넘고, 또 달려야 한다. 다짐하고 또 다짐해야 한다. 인생길은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다. 누구나 자신을 세우는 고달픔이며, 미래의 변화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썩은 물에도 오염되지 않는 연꽃처럼, 아름다운 변화의 길을 찾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과 연구정진 뿐이다. 삶이란 누구나 똑같이 겪어야 하는 장애물 경주다.
이제는 시진이도 성인이 됐으니까 깨달음이 올 것이다. 언제까지나 엄마아빠의 울타리 속에서 안주할 수는 없다. 할아버지가 얼마나 더 시진이의 변화를 볼 수 있겠느냐만, 대학공부 끝나면 머지않아 너도 가정을 꾸리게 된다. 그게 바로 인생변화의 본질이란다. 더구나 시진이의 인생길은 무남독녀(無男獨女) 외동딸의 길이다.
앞으로 네 역할은 아들이 되고 딸이 되어야 한다. 두세 명씩 남매형제들이 있는 경우하고 다르다. 피를 물려준 할아버지 마음은 그래서 안타깝다. 세월가면 네 엄마 아빠도 늙어진다. 인생의 변화를 어찌 막으랴. 누구도 나이는 먹고 싶어서 먹는 게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의미는 더욱 무거워진다.
할아버지도 너와 같은 청춘기가 있었단다. 시진아! 이상과 포부는 실현돼야 아름다운 변화란다. 높은 이상과 큰 포부를 가졌다 해도 치열한 노력 없이는 모두 허상이다.
너 자신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지혜는 세월이 아니고, 쉼 없는 네 노력뿐이란다

기고자 소개

류인석

1994년 크리스천문학 수필등단

국제Pen클럽 회원. 한국 문협 회원

대전 문학상. 에세이포레 문학상. 원종린 수필문학상 등 수상

수필집 『있어도 없는 나』등 14권

칼럼집 『이제는 알아야 한다』등 2권

E-mail: is5405533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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