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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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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이 글은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라는 시의 구절이다. 언젠가는 닥쳐올 죽음을 앞두고 부르짖는 절규이다. 살고 싶다는 희원希願은 인간 모두의 소망이지만 신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어서 인간이 어쩌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희망의 의지를 버릴 수는 없는 존재 또한 인간이다.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눈도 코도 없는 것이 사람에게 달라붙으면 치명적일 수 있다. 예의도 없고 도덕도 없다. 틈만 보이면 인정사정없이 무차별로 공격하는 버릇없는 못된 녀석이다. 지구를 덮치고 있는 COVID-19라 불리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가공할 힘을 가진 괴물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의학기술로는 제압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존재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사람이 드나드는 국경의 문을 닫아 버렸다. 하늘에 비행기를 띄우지 못하고 바다에 배가 나다니지 못하게 공항과 항구는 막혀 있다. 사람들은 ‘살아야겠다’고 고함을 질러 보지만 방도를 찾지 못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코로나 대유행인 팬데믹에서 벗어나려면 치료용 알약과 백신이라는 주사액이 있어야 할 텐데 아무 것도 없다. 대처하는 방법이라고 내놓은 것이 손을 깨끗이 씻고, 마스크를 쓰고,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다중의 모임 장소에 가지 말라는 것이 고작이다. 이렇게 비참할 수가 없다. 간 큰 인간들이 신에게 대들던 기개는 간 곳 없고 형체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앞에서 벌벌 떨며 두 손을 비비고 있다.
부끄럽다. 정말 치사스럽다. 노벨 의학상을 받은 의학자가 수십 명이 넘지만 아직도 감기와 암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20세기 초반에 푸른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이 그나마 천연두를 비롯한 콜레라, 결핵균을 박멸하여 겨우 위신을 세운 적은 있다. 그러나 세균과 바이러스는 진화와 변이를 거듭하여 현대의학이 따라올 기미가 보이면 달아나는 묘수를 부리기 때문에 잡을 방법이 없다.
미래학자들은 “문명이 인류의 번성을 위해 자연과의 균형을 깨면 깰수록 보이지 않는 코로나 같은 것들이 우리 앞을 가로막을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문명적 가치가 정상적인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지금 지구에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는 시작에 불과하며 더 큰 바이러스 쓰나미가 언제 밀어닥칠지도 모른다.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의 전기를 들춰보니 그들 중에 바이러스를 비롯한 세균에 감염되어 일찍 세상을 등진 이가 한둘이 아니다. 그들이 살았던 19세기 중후반의 스페인 독감과 페스트가 창궐했던 시대와 코로나 시대의 우리 삶을 비교해 보면 바이러스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러시아 출신 프랑스 화가 샤갈은 첫사랑 연인이었던 부인 벨라를 끔찍이 사랑했다. 그녀는 스무 살 때 여덟 살 많은 샤갈을 만나 딸 하나를 얻었으나 마흔아홉 살 때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세상을 떠났다. 샤갈은 사랑하는 아내가 사망하자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 때문에 9개월 동안 붓을 들지 못했다.
오스트리아 화가 에곤 쉴레는 천재 화가로서 철도원의 딸인 에디트 하름스라는 처녀와 결혼을 한다. 당시 유럽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독한 스페인 독감이 창궐하여 2,300만 명이 사망했다. 그 와중에 임신 중인 아내와 뱃속 아기가 태어나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올라갔다. 쉴레 역시 아내가 앓던 독감에 감염되어 아내 사후 3일 뒤 28세의 나이로 숨졌다.
피에르 쇠라는 프랑스 신인상주의를 창시한 화가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마들렌이라는 젊은 모델과 몽마르트 인근 클리쉬란 동네에서 살면서 아들을 낳았다. 동거녀와 아들을 본가의 부모에게 인사를 시킨 후 이틀 뒤 감기 몸살이 폐렴으로 발전하여 32세의 나이로 숨지고 말았다. 아들은 보름 뒤 아버지가 앓던 병균에 감염되어 하늘나라로 올라갔다.
르누아르의 연인인 모델 마고는 멋진 여성이었다. ‘햇빛 속의 누드’란 르누아르가 그린 그림을 보면 두 볼이 터질 듯한 복숭아 빛으로 빛나고 투명한 피부는 화가들이 한 번쯤 인물화를 그리고 싶어 했던 최고의 모델이었다. 그녀는 23세란 어린 나이에 티브스균에 감염되어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 르누아르는 마고를 살리기 위해 반 고흐가 초상을 그린 적 있는 폴 가셰 박사에게 치료를 맡겼으나 살려내지 못했다.
19세기 중후반 시대의 인상파 화가와 그들의 아내들은 바이러스, 스페인 독감, 결핵균들이 창궐하는 시대에 살면서 ‘바람이 분다...살아야겠다’는 기도를 열심히 바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이 영원하지 않듯이 바이러스의 생존 기간도 영원하지는 않다. 인간의 능력으로 바이러스를 쉽게 잡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
최소한 개인 스스로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물리적 거리 지키기, 모임 참석 피하기 등 사소한 것들을 지키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다. 코로나에 내가 걸리지 않고, 당신이 걸리지 않고, 우리가 걸리지 않는다면 바이러스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지난 부활절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거대 그리스도상에 코로나 극복을 기원하는 행사가 열렸다. 우리나라의 태극기 문양과 ‘HOPE’라는 단어가 조각상에 투사되어 상처받은 영혼들을 포근하게 보듬어 주었다.
또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는 부활절에 죽음의 도시 이탈리아 밀라노의 두오모 대성당에서 코로나로 고통을 겪는 세계인들을 위해 ‘희망을 위한 음악’(Music for Hope) 콘서트를 열었다. 평소에 4만 명이 들어가는 성당에 청중 한 사람도 없이 파이프 오르간 반주자 에마누엘 레 비아넬리와 단 둘이서 그들의 음악을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보냈다.
이날 보첼리는 세자르 프랑크의 ‘생명의 양식’을 시작으로 구노의 ‘아베 마리아’, 마스카니의 ‘산타 마리아’, 로시니 미사곡 ‘도미네 데우스’를 연달아 불렀다. 마지막 곡을 부르기 위해 성당을 나선 보첼리는 두오모 광장에 서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렀다. 많은 세계인들이 보티첼리 공연영상을 보고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
지금은 혼돈(Chaos)의 시대다. 혼돈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는다. 성서에는 혼돈 속에서 ‘빛이 있으라 하심에 빛이 있었고’ 라며 어둠 속에서 광명을 불러왔다고 적혀 있다. 다윗왕의 반지에 새겨져 있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는 문장은 그때도 진리로 통했지만 코로나 시대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This, too, shall pass away

기고자 소개

구활

수필가. 《현대문학》으로 등단

작품집 『하안거 다음날』, 문득 그대』 외 다수

신곡문학상, 원종린문학상 수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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