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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지도연구원

대전청소년

2020년 여름호
청소년이 힘들 때
국번없이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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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어른

본문

함께 사는 세상
공도현
노은정

진짜 어른

SNS를 보던 중 “내 평생 만나보았던 진짜 어른”이라는 주제로 올라온 글이 눈에 띄었다. ‘할아버지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그 분의 수업시간에는 제대로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없었다. 딴짓은 기본이고 대놓고 잠을 잤으며 숙제는 거의 대부분이 해오지 않았다고 한다.
하루는 선생님께서 빈 종이를 나눠주시더니 자신이 싫은 이유를 적으라고 하셨다. 사춘기의 아이들은 정말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를 적어 냈는데 ‘늙어서 싫어요’, ‘패션이 구리다’, ‘냄새 난다’, ‘그냥 싫다’ 등의 글들을 써서 냈고, 선생님은 아무 말씀 없이 그 시간을 마무리 했다. 그리고 그 다음 시간부터 매번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오시던 선생님께서 힙합스럽거나 알록달록한 옷과 장신구를 하고 오기 시작 하셨다.
어느 날은 머리에 두건을 쓰고 오시고 향수도 뿌리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셨다고 한다. 처음에는 더욱 경악스럽게 그런 선생님을 찌푸리며 바라보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바뀌는 것이 느껴졌다고 한다. 숙제를 적어가지도 않았던 아이들이 숙제를 해오고, 수업시간에도 점차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아이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짧은 글이었지만 마음에 와 닿았던 수많은 감정과 생각들을 하나로 정리하면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이다. 헤르만 헤세는 ‘알’을 ‘세계’로 표현하며, 성장과정에서 깨뜨려야할 기존의 세계를 뚫고 자신의 가치를 따라 나오라고 독려한다. 그러나 우리는 청소년시기뿐만이 아니라 모든 살아가는 생의 곳곳에서 뚫어야 할 내속의 알을 만난다.
나를 감싸고 여태까지 힘겹게 만들어 온 나의 세계가 어느새 뚫어야할 벽이 되어버린 것이다. 할아버지 선생님이 제자들을 만나기 위해 주위의 비아냥과 ‘생긴대로 살아라’, ‘철없는 애들이 그렇지 뭐...’ 등의 비슷한 이야기들을 얼마나 많이 들었겠는가? 본인이 느꼈을 자괴감과 회한의 거친 파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세계를 깨고 아이들에게 다가가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선생님의 놀라운 행동이 청소년지도사인 나에게 특별한 사연으로 읽힌 것이다.
청소년을 위한 환경 조성과 참여의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청소년 정책 관련한 제안과 의견개진, 청소년의 의견을 수립할 수 있는 절차를 논의하는 등 청소년을 위한 일들이 점차 실제 청소년과의 만남보다는 기관의 운영과 정책 등 주변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도 종종 만나게 될 아이들과 나눌 이야기를 모으기 위해 웹툰을 보고 대중가요를 듣고 인기 있는 그룹과 BJ의 동영상을 수없이 재생해 보지만 도통 구분되지 않는 아이돌과 가사를 안보고는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 개연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들을 듣고 보며 ‘뭔 말이야?’를 반복한다.
청소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틀린 어법이나 높임말을 지적해 주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하다가 집에서 맞닥뜨린 사춘기 딸에게 버럭버럭 소리지르는 나를 뒤돌아보며 ‘내가 진짜 청소년지도사가 맞아?’라는 의문을 수도 없이 되뇌인다. 10년이 넘게 현장에서 일을 하고 청소년학을 전공하며 배운다 하더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기는 얇은 속껍질들이 쌓여 나만의 알이 되고 만다.
거의 대부분의 직업들 속에서도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변화는 끊임없이 요구 된다. 4차산업혁명시대라는 예고되는 상황 속에서 엔지니어에게는 엔지니어대로 급격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세계를 뒤덮어 세계보건기구(WHO)가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인 ‘펜데믹(pandemic)'을 선고한 이후,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여러 가지 일들 속에서 외부의 압력과 자연스러운 흐름속에서 각자 영역에서 다양하게 변화해 가고 있다.
외부의 것을 자기에게 끌어들여 변화 발전해 가며 자신의 세계를 단단하게 만들어 가거나 자기의 세계를 그대로 지키는 것도 좋겠지만 청소년지도사로서 지금의 나는 나의 통념을 깨고 할아버지 선생님과 같은 ‘수용’의 미덕을 청소년들과 후배 청소년지도사들을 위해 점점 더 갖춰야 할 때 인 것 같다.
또한 청소년지도사에 대해 나름의 전문성을 인정하여 1993년부터 국가 자격증으로 3급부터 1급까지 시행되고 있고 2018년을 기준으로 전국 4년제 대학 중 22개가 넘는 곳에서 ‘청소년’의 이름이 들어간 학과를 개설하고 있는 만큼 청소년지도사로서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고 청소년에 대한 활동의 효과를 검증해 낼 수 있어야 하겠다. 청소년지도사로서의 역량을 스스로 키우고 청소년과 함께 성장하여 언젠가 청소년들이 바라본 ‘진짜 어른의 모습’이 되어 있기를 희망해 본다

기고자 소개

노은정

대흥동청소년문화의집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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